
다리오 황 Dario Huang
(레스토랑 ‘쿠치나 드 다리오’ 오너 셰프)
제 고향은 저장성(浙江省) 남동쪽에 있는 항구도시 원저우(温州)입니다. 원저우 사람은 오래전부터 이탈리아와 무역을 활발히 해왔어요. 저희 부모님도 그러셨죠. 덕분에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중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자랐습니다. 학교에서는 이탈리아 음식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면 부모님이 차려주신 중국 음식을 즐기며 두 문화의 맛을 동시에 익혔죠. 14살 무렵, 이탈리아 학교의 요리 수업에서 선생님께 “고기를 잘 썬다”는 칭찬을 받았던 짧은 순간이 저를 요리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그 길로 이탈리아 비첸차(Vicenza) 인근의 요리 학교에 진학했고, 학과 내 유일한 중국인 학생으로 치열하게 공부하며 기본기를 다졌어요. 14살 때부터 실습을 시작해 18살에 본격적으로 주방에 뛰어들었으니, 제 삶의 절반 이상을 불과 칼 앞에서 보낸 셈이죠.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파도를 겪기도 했지만, 2023년 아내의 고향인 이곳에 정착하며 제 이름을 내건 ‘쿠치나 드 다리오(Cucina de Dario)’를 열었습니다.
제가 지향하는 요리는 정통 이탤리언의 뿌리 위에 현대 중국의 터치를 가미한 ‘컨템퍼러리 믹스’입니다. 레스토랑의 철학은 ‘존중’이에요. 식재료 본연의 맛에 대한 존중, 앞서 길을 닦은 선배들에 대한 예우, 그리고 함께 미래를 그려갈 젊은 요리사들에 대한 존중이 제 접시 위에 고스란히 담기길 바라죠. 요리는 10개 내외의 코스로 구성된 오마카세 형식을 선택했습니다. 오픈 키친을 통해 고객과 직접 눈을 맞추고 대화하며, 제가 고른 식재료가 한 접시의 요리가 되는 과정을 직관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식재료를 고를 때도 까다롭게 봅니다. 봄의 초입과 중간, 끝물에 나오는 재료가 다르듯 계절의 미세한 흐름을 메뉴에 반영하려 노력하죠. 몽골의 목장에서 공수하는 소고기나 아일랜드산 가리비처럼, 원산지의 신선함이 가장 잘 살아 있는 최상의 재료를 찾기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가요.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 식재료를 검수하고 새벽 1~2시에 주방 청소를 끝내는 고된 일상이지만, 10년 뒤 더 풍요로운 미식의 봄을 맞이할 상하이를 상상하면 힘이 나죠. 잠시 짬이 날 때는 중산공원(中山公園)의 드넓은 초원을 걷거나 집에서 차를 마시며 마음을 정돈하곤 해요. 이 도시를 찾은 미식가라면 본토의 맛이자 가정식 요리인 벤방차이(本帮菜)와 홍소육, 그리고 상하이의 로컬 채소인 차오터우(草頭)로 만든 요리를 꼭 경험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테리 주 Terry Zhu
(패션 브랜드 ‘도에’ 대표)
상하이에서 나고 자란 100% ‘상하이 로컬’인 저에게 이 도시는 늘 변화와 기회의 중심지였습니다. 브랜드 이름인 도에(DOE)는 ‘아무 이름이 없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2014년 상하이의 작은 공간에서 브랜드를 오픈했을 때, 유명인의 이름이나 화려한 로고 뒤에 숨지 않는 ‘이름 없는 이들’의 개성을 지지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DOE의 디자인 기저에는 동양의 ‘무(無)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옷 한 벌에도 물과 빛, 바람의 움직임을 투영하려 노력하고, 상하이 본토의 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죠. 제가 생각하는 상하이의 진정한 매력은 ‘로 키 럭셔리(low-key luxury)’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거창한 로고가 없어도, 절제된 태도와 세련된 감각만으로 품위와 오라를 풍기는 것, 그것이 바로 상하이의 우아함이자 DOE가 지향하는 스타일입니다.
지난 10년간 상하이 패션 신은 격변했습니다. 2000년대엔 모두가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찾는 데 열중했고 새로운 것에 열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상하이에서는 수많은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앞다투어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와 AI가 지배하는 시대도 시작됐죠. 그러면서 패션이 자신의 철학을 드러내는 수단이라기보다 ‘사진에 잘 찍히기 위한’ 도구로 소비되고 있어요. 모두가 똑같은 옷을 입고 유행을 좇는 지금, 저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밀고 나가려 합니다. 유행은 빠르게 변하지만, 브랜드의 확고한 방향성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올해엔 상하이를 넘어 중국 서부의 청두와 충칭, 그리고 해외 시장으로의 확장을 꿈꾸고 있습니다.
최근 상하이의 산업은 과거의 폭발적인 활력에 비해 다소 정체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럴 때일수록 작지만 내실 있는 공간이 주는 힘에 주목해요. 예컨대 영감이 필요할 땐 오래된 빌라와 테라스 바들이 늘어선 동후루(Donghu Lu)나 음악의 거리로 불리는 펀양루(Fenyang Lu)를 걷습니다. 작지만 특별한 맛집도 많아요. 전통적인 상하이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파기름 비빔면을 파는 다스다이 미식면관(大时代美食面馆)이나 국물 본연의 맛을 살린 면 요리 식당 이구이허 면관(逸桂禾面馆) 같은 곳이죠.

제레미 장 Jeremy Zhang
(바리스타, 커피 브랜드 ‘M2M’ 대표)
커피는 저에게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입니다. 2014년 첫 중국 바리스타 챔피언 타이틀을 얻고 M2M(Made to Measure)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 목표는 늘 농장에서 커피잔까지 가장 정직한 맛을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난징에서 시작했지만, 상하이는 무척 가깝고 가능성 있는 커피 시장이죠. 특히 커피 신의 트렌드를 예민하고 깊이 있게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상하이의 수많은 스페셜티 카페가 M2M의 원두를 선택한다는 것은, 이 도시가 추구하는 미식의 기준이 그만큼 높다는 증거이고요.
제가 느끼는 상하이 커피 신은 세계 어느 도시보다 역동적입니다. 호주 멜버른에서 지내며 그곳의 깊은 커피 문화를 경험했지만, 지금의 상하이는 그 에너지를 뛰어넘고 있습니다. 한국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커피를 즐기는 문화라면, 상하이는 오후 5~6시면 카페들이 문을 닫는 대신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인 몰입감을 보여주죠. 차(tea)의 전통이 깊은 나라이기에, 상하이 사람들은 커피에서도 찻잎의 섬세한 아로마와 깔끔한 목 넘김을 찾아내는 탁월한 감각이 있습니다. 최근 상하이의 커피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오히려 이 흐름이 반갑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의 화려한 사진 속에 담기는 커피보다, 한 잔의 균형 잡힌 맛을 위해 고민하는 바리스타들이 상하이의 현재를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M2M의 원두가 그들의 고민에 명쾌한 해답이 되길 바랍니다.
커피 마니아에게 추천할 만한 상하이의 장소도 정말 많죠. 징안구의 화려한 쇼핑몰 사이 골목에 있는 시소 커피(Seesaw Coffee)는 중국 스페셜티 커피 1세대 브랜드입니다. 이곳은 바리스타 교육 시스템을 체계화하며 커피를 상하이 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황푸강 변 인근의 웨스트 번드 파이낸셜 허브에 자리한 퍼센트 아라비카(% Arabica)도 추천합니다. 강 전망과 미니멀한 인테리어가 어우러져 상하이의 현대적인 미감을 느낄 수 있어요. 융캉루(Yongkang Lu)는 과거 ‘바 거리’에서 현재는 ‘커피 거리’로 탈바꿈한 곳입니다. 그중에서도 카페 델 볼칸(Cafe del Volcan)은 2012년부터 이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 같은 마이크로 로스터리로, 상하이에서 가장 수준 높은 원두를 다루는 곳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이른 아침 로컬의 감성이 듬뿍 담긴 커피 한 잔을 하고 싶다면 꼭 찾아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