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겹쳐진 시간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ten by LEE JIHYE
  • PHOTOGRAPHY BY KIM EUNJU

상하이, 겹쳐진 시간

The Layers of Shanghai

영리하게 보존된 과거와 거침없이 확장되는 현재. 그 사이를 가로지르며 상하이의 다양한 얼굴을 목격했다.
  • written by LEE JIHYE
  • PHOTOGRAPHY BY KIM EUNJU
2026년 04월 28일
북와이탄 공원에서 바라본 전경. 3대 타워와 동방명주가 겹치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예원의 독특하면서도 화려한 건물. 해가 지면 조명이 들어와 더욱 아름답다.
안푸루 곳곳에서 멋지게 차려입은 모델과 사진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푸둥 미술관에서 진행되던 «Picasso Through the Eyes of Paul Smith»전.
푸둥 미술관에서 쉬는 사람들. 황푸강 맞은편 건물이 유리창에 비쳐 오묘한 분위기를 낸다.
징안의 편집 스토어 도에(DOE) 내부에 자리한 카페.
이른 아침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우캉맨션 앞.
이른 아침 공원에서는 태극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상하이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멀리서 바라본 상하이 우정 박물관 전경.

“상하이에 온 지 7년쯤 됐는데,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어요. 놀러 오는 친구들도, 가끔 오시는 부모님들도 항상 다시 오고 싶어하세요.” 30대를 앞두고 있는 쾌활한 성격의 한국인 가이드가 첫날부터 상하이 예찬을 했다. 이어 “중국 여성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이기도 해요”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상하이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여행자가 몰려오는, 가장 뜨거운 여행지다.
대체 어떤 것들이 있고 그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함이 설렘으로 바뀔 때쯤 “상하이를 가장 쉽고 빠르게 이해하려면 물길을 따라 걸어보세요”라는 어느 블로그 글을 읽었다. 그 한 줄은 묘한 반항심을 일으켰다. 맛있는 걸 아껴두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혹은 상하이를 쉽고 빠르게 이해하기 싫은 것처럼. 이 도시에 머무는 내내 물길로 가는 것을 미뤄왔다. 그러다 3일 차쯤, “보통 상하이에 도착하자마자 와이탄 강변으로 가시는데, 아직 안 가보셨다니 신기하네요”라는 가이드의 말을 기어코 듣고 나서야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어땠는지 궁금한가? 한국보다 이른 벚꽃을 멍칭 공원에서 만끽하고, 로컬들의 주말 마켓을 함께 즐기고, 늦은 밤엔 어느 유명한 사진작가의 비공개 사진에 넋을 잃고, 저렴한 상하이식 군만두에 눈을 번쩍 뜨는 시간이 선물처럼 왔다. 100년이 넘은 헤리티지 건축과 건너편 푸둥의 마천루를 품은 물길 곳곳에서 발견한 상하이의 예술 덕분에, 이 도시는 단숨에 내 마음속 예술 도시 리스트 상위를 차지했다.
100년 넘은 붉은 벽돌집들이 늘어선 장위안은 이제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들어오는 곳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 벽돌 사이사이에는 상하이 사람들의 오랜 삶이 묻어 있었다. 화려한 매장 쇼윈도와 낡은 외벽이 맞닿아 있는 풍경은 상하이가 아니면 보기 힘든 매력적인 장면이었다.
안푸루와 우캉루의 플라타너스 가로수 아래에서는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났다. 하늘을 가릴 듯 뻗은 가로수는 프랑스 조계지 시절의 흔적을 오롯이 품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오래된 집 앞에 의자를 내놓고 앉아 소소하게 담소를 나누는 노인들 옆으로, 개성 넘치는 차림의 젊은이들이 커피 한 잔을 들고 지나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징안은 상하이의 또 다른 민낯을 지녔다. 금빛으로 번쩍이는 징안사의 처마와 그 뒤를 병풍처럼 에워싼 초현대식 유리 빌딩들의 조화는 기묘하면서도 압도적이었다. 화려한 쇼핑몰 1층의 세련된 카페 테라스에 앉아 천년 전의 사찰을 바라보는 건 오직 이 도시에서만 가능하다. 가장 자본주의적인 풍경 한가운데에 고요한 종교적 유산이 놓여 있는 모습은 생경해서 더 아름다웠다.
상하이는 헌것에 새로운 것을 덧씌우는 데 능숙하다. 이러한 도시의 포용력은 누구나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여행자들이 ‘다시 가고 싶은 도시’로 손꼽게 만드는 묘한 중독성의 정체.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상하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다가올 내일 사이를 종횡무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