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은 날마다 축제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ten by parc jinmyoung
  • PHOTOGRAPHY BY Jang Eunju

제천은 날마다 축제

A Moveable Feast in Jecheon

국제음악영화제가 열리는 9월, 제천은 스크린 안팎으로 기분 좋은 울림을 건넨다. 제천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든 단편영화 감독의 남다른 포부를 들어보고, 영화제 열기가 스민 장소와 일상의 영감이 되는 도시 곳곳을 탐색했다.
  • written by parc jinmyoung
  • PHOTOGRAPHY BY Jang Eunju
2026년 09월 07일

INTERVIEW

제천의 숲을 영화에 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메이드 인 제천’ 상영작 <범이 잠든 숲> 이세정 감독과의 인터뷰.

근황이 궁금해요. 작년에 학교를 졸업한 후 KT&G 상상마당 시네마 홍보팀에 들어갔어요. 요즘에는 저희 극장 주최 영화제* 준비에 한창인데요, 제작과는 멀어졌지만 영화와 가까운 나날을 보내고 있죠.

올해 ‘메이드 인 제천’** 부문에 영화 <범이 잠든 숲>이 선정됐어요. 어떤 영화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단편에서 쉽게 보기 힘든 조선시대 배경의 시대극이에요. 약초를 캐러 간 들판에서 어린 남동생을 잃어버린 정순의 이야기인데요, 의문의 도령으로부터 동생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숲속 여정을 그렸어요.

영화를 제작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어릴 적부터 한국 전통 문화를 좋아해서 별다른 고민 없이 졸업 작품 주제로 시대극을 선택했어요. 역사적 고증이나 비용 등 주어진 현실에 맞게 고립된 자연 속에서 이야기가 흘러가도록 시나리오를 썼죠.

하나의 공간에서 27분 남짓 극을 펼치는 건 대단한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제한된 배경 속에서 배우의 연기나 대사만으로 관객을 압도해야 하니까요. 어린 주인공을 내세운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어른이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이들이기에 돌고 돌아 어렵게 부딪혀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죠.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로 제천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교가 자리한 경기 안성은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자연이 펼쳐지기 때문에 대략적인 로케이션을 모두 정해 놓은 상황이었어요. 엔딩 신 장소를 찾기 위해 안성을 벗어나 고속도로를 타고 있었는데, 과장이 아니라 제천에 진입하는 순간 도로 양옆 산세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제가 그동안 찾아다닌 곳이 산과 숲이었다면 제천의 풍경은 말 그대로 자연이었죠. 그때 로케이션을 대폭 수정해 70%를 제천에서 촬영하게 됐어요.

‘여기다!’ 싶은 장소는 직관적으로 느낌이 오나요? 명확히 느껴져요. 그 장소에 발을 딛는 순간, 시나리오를 쓰며 구상했던 시각적 이미지와 카메라 동선, 배우들의 연기가 순식간에 머릿속에 그려지거든요.

촬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범이 잠든 숲>은 처음부터 끝까지 야외에서 진행되는 영화예요. 아침부터 예보에 없던 폭우가 쏟아져 촬영을 하지 못한 날이 있었어요. 스태프 모두가 힘을 합쳐 즉석에서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새 로케이션을 섭외했어요. 학교 근처 산꼭대기에 있는 절이었는데, 촬영을 허락해준 스님이 절 입구에서 인자하게 저희를 맞이하시던 모습과 평화롭고 조용한 절의 풍경 속에 아역 배우들이 완벽히 동화됐던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촬영팀에게 가장 힘이 되었던 공간이나 장소가 있다면요? 안성에서 촬영 장소로 출퇴근하며 식사도 전부 포장해 와서 해결했기 때문에 원하는 답변을 드릴 수 없는 게 아쉽네요. 하지만 영화의 엔딩 신이자 전체 인원이 모여 촬영한 마지막 장소가 제천 금월봉이라는 작은 바위산이었는데요,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노을이 물드는 순간을 기다리며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던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촬영을 무사히 끝내고 그 그림 같은 풍경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만함을 느꼈어요.

상영작으로 선정됐을 때 소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제천 랜드마크인 의림지를 배경으로 ‘JIMFF(Jecheon International Music & Film Festival)’가 적힌 설치물을 봤어요. 친구들과 “우리 이 영화 가지고 제천영화제에 출품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기억이 나요. 영화를 제작하고 1년 동안 많은 영화제의 문을 두드렸는데, 그간의 보상을 받는 듯했어요.

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 상영도 하고 GV(관객과의 대화) 자리도 갖게 됐는데, 기분이 어때요? 아예 모르는 관객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설레면서도 두렵달까요. 영화는 관객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거잖아요. <범이 잠든 숲>은 이번 영화제를 통해 마침표를 제대로 찍게 될 것 같아요.

이 영화를 200%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오프닝과 엔딩에 담긴 자연의 광활함과 생생한 시대감은 저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만큼 잘 구현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영화에 담은 주제의식은 명확하지만, 그런 분석보다도 제천, 나아가 우리나라가 품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어린아이들만이 가진 순수한 에너지를 함께 즐겼으면 좋겠어요. 또 주요 소재로 쓰인 범(호랑이)이 어떤 모습으로 극중 인물 앞에 나타날지 유추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단편영화 감독에게 영화제는 어떤 의미인가요? 사실 독립영화나 단편영화 같은 경우, 극장에서 상영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잖아요. 그래서 영화제는 감독들에게 소중한 기회죠. 치열하게 달려온 시간을 돌아보고 다시 한 걸음 내딛을 힘을 얻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닐까 싶어요.

*9월 2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대단한 단편영화제. 올해로 18회를 맞았으며, 진취적이고 실험적인 국내 유수의 단편영화를 발굴함을 목적으로 한다.
**영화에 제천과 충청북도의 삶과 풍경을 담았거나, 지역 창작자와 제천영화음악아카데미 출신 음악감독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

‘메이드 인 제천’ 추천 상영작 3편

<살목지>
심령 스폿으로 유명한 저수지인 살목지의 괴담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로, 올해 흥행작이다. 영화음악 창작 워크숍인 제천영화음악아카데미 수강생이었던 정나현 작곡가가 음악감독을 맡아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말 두 없이>
제천 두메산골에 거주하는 비주얼 에세이스트 오선주 감독의 단편영화. 영화가 진행되는 12분 동안 카메라는 외진 곳에서 형형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따라가며 소외와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정육점집 외아들>
키워준 이모부의 정육점에서 무일푼으로 일하던 고아 태섭이 결혼을 계기로 이모부와의 관계를 깨닫고 복수를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제천문화재단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SPOTS

영화 같은 하루를 경험하는 제천 여행법

영화제를 빌미로 가볼 만한 10곳을 엄선했다.

1. 청풍호반케이블카

충주호 혹은 청풍호. 충북 충주시부터 제천시, 단양군까지 3개 시・군에 걸친 인공호수를 지역민에 따라 다르게 부르곤 한다.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생긴 호수라지만, 제천 청풍면이 가장 많은 담수 면적(59%)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명칭 분화가 발생한 것이다. 이름이 무엇이든 분명한 건, 지역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거대한 호수의 풍경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는 사실이다. 비봉산 정상까지 2.3km 구간을 운행하는 청풍호반케이블카 덕에 호수를 발아래 두고 더 쉽고 가까이 마주할 수 있다. 케이블카에 탑승한 지 10분이 지났을까. 사방이 탁 트인 360도 풍경이 펼쳐지는 비봉산 정상에 닿는다. 댐 건설로 산줄기 사이로 물이 차오르며 형성된 구불구불한 지형은 마치 푸른 바다 위로 초록빛 용암이 흐른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산과 호수의 에너지가 섞이며 만든 질감과 색감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싶다면, 호수를 곁에 두고 울창한 숲길을 따라 조성한 약초숲길을 걸어보자. 비봉산 두 번째 봉우리까지 걷는 이 산책로는 왕복 30분 정도 소요된다.
주소 제천시 청풍면 문화재길 166

2. 콘크리트월

자연 속에서 어떤 건축물은 풍경의 일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호수가 지나는 길목에 자리한 카페 콘크리트월은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파고든다. 호수와 아카시아숲에 둘러싸인 이 카페는 바람과 빛,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을 마주할 수 있도록 지어졌다. 단차가 있는 두 채의 건물과 그 사이의 정원으로 이뤄진 이곳은 2023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정원을 지나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안 건축물 사이로 자연이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땅을 매입하기 전 지형을 그대로 살려, 사소한 발견의 순간마다 이곳에 머무는 이들이 다채로운 경험을 누리도록 의도했다는 것이 콘크리트월 안기원 대표의 설명이다. 지역의 자연에서 난 것을 메뉴에 적극 활용하는 것에서도 안 대표의 이러한 철학이 드러난다. 대표 메뉴 서리태커피와 서리태아이스크림의 주재료인 서리태는 단양에서 위탁 재배하고 안 대표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방앗간에서 직접 볶는다. 재배부터 볶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며 보이지 않는 것에도 정성을 쏟는 모습은 자연을 대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이 공간에 머무는 동안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 기울이는 것을 추천한다. 주변 자연에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기 위해 클래식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게 고민한 안 대표의 공간에 대한 진심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인스타그램 space_concretewall

3. 정방사

우리나라에서 풍경이 빼어난 곳에는 어김없이 절터가 자리하고 있다. 금수산 자락 기암절벽 아래 자리한 정방사(淨芳寺)는 청풍호가 내려다보이는 천년 고찰로, 신라 문무왕 2년(662년) 의상대사의 제자 정원 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이곳엔 흔한 일주문조차 없다. 대신 길목을 지키는 두 개의 커다란 바위가 속세와 사찰의 경계를 가만히 일러준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돌계단을 오르면 ‘깨끗하고 아름답다’는 이름 그대로 압도적인 자연 풍광을 마주하게 된다. 옆으로 나란히 자리한 작은 법당을 지나면 왼쪽으로는 단양의 구담봉이, 정면으로는 웅장한 월악산이 에워싸듯 다가오고 발아래로는 잔잔한 청풍호가 거울처럼 펼쳐진다. 구름이 손에 잡힐 듯 아득한 높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 가파른 산세의 깊이가 실감 난다. 관세음보살을 모신 원통보전을 지나면 호수를 그윽하게 굽어보는 해수관세음보살상과 삼층석탑, 산신각을 마주한다. 문득 ‘바닷가에 상주하는 해수관세음보살이 왜 이곳에 있을까’ 싶지만, 청풍호가 내륙의 바다라 불리는 것을 생각하면 그 혜안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정방사의 하이라이트는 샛길 끝에 홀로 자리한 지장전. 주불인 지장보살 뒤로 금빛으로 새긴 마애지장불의 암각화는 지나쳐선 안 될 명장면이다. 바람과 햇살만이 곁을 지키는 벼랑 끝 적막 속에서, 간절한 마음 하나쯤 조용히 털어놓기에 이보다 완벽한 자리는 없을 것이다.
주소 제천시 옥순봉로12길 165

4. 의림지

예로부터 충청도는 ‘호서(湖西, 호수의 서쪽) 지방’이라고 불렸다. 여기서 말하는 호수는 바로 제천 모산동에 자리한 의림지(義林池)를 가리킨다. ‘푸른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못’이라는 뜻의 의림지는 삼한시대에 축조된 고대 인공 저수지 중 유일하게 오늘날까지 원형과 기능을 유지하고 있어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다. 수천 년의 세월을 품은 이 거대한 수리시설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2km 남짓한 호반 둘레길을 걷는 것이다. 길 초입에는 아스라한 정취를 더하는 용추폭포가 자리하고 있다.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지 못하고 터져 죽어 만들어진 곳’이라는 전설을 품고 있어서일까. 약 30m 높이에서 절벽을 타고 내리꽂히는 폭포가 한층 아찔하게 다가온다. 물소리가 마치 용의 울음소리처럼 들린다고 해 ‘용폭포’라고도 불리는데, 본래 용 모양의 바위가 있었으나 오랜 풍화작용으로 사라졌다고 전해진다. 밀양군수 김봉지가 세운 누각(후선각)의 터가 전망 포인트. 아름드리나무 사이로 존재감을 뽐내는 폭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책로는 수백 년 된 소나무와 수양버들이 에워싸듯 이어져 마치 깊은 숲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잔잔한 물 위로 바람과 오리 떼가 가르며 만든 물결을 가만히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의림지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주소 제천시 모산동 241

5. 지구대

쓸모없다 여기는 것에 애정을 두는 이는 기어코 잊히는 사물들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고야 만다. 버려진 건물을 찾아 헤매다 파출소가 있던 자리에 카페를 오픈한 천성우 대표의 이야기다. 2020년 팬데믹 시기, 강원도 원주에 머물던 천 대표는 자신이 힘들 때 카페라는 공간에서 받았던 위로를 떠올리며 카페 창업을 결심했다. 세월의 두께가 느껴지는 테라초 바닥재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2층으로 향하는 계단 입구에 남겨진 무기고 철문은 이곳의 지난 시간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2층은 숙직실과 파출소장실을 나누던 벽을 그대로 남겨 과거의 모습을 상상하게끔 했다. 파출소가 간직한 역사는 메뉴에서도 이어진다. 건물 옆에 심긴 자두나무에서 딴 자두로 만든 소르베가 바로 그것이다. 제천 특산품인 율무로 만든 율무라테 또한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 1층에 테이블을 적게 둔 이유는 공간을 갤러리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오는 10월엔 제천에 남은 마지막 탄광이 사라지는 것을 기록한 사진전이 열릴 예정이다.
인스타그램 zigude_coffee

6. 대추나무집

1979년 문을 연 어머니의 식당을 딸 이신숙 대표가 이어받아 운영 중인 한우 로스구이 전문점. 100년의 세월을 간직한 기와집 대문을 넘어서면, 할머니 댁에 놀러온 기분이 든다. 아늑한 마당에 장독대 여럿이 나란히 있고 대추나무가 고고하고 꼿꼿하게 서 있다. 이신숙 대표는 40여 년간 제천 한우의 업진살과 갈빗살을 손님에게 내어주며 한결같이 이 자리를 지켜왔다. 사실 이곳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다. 삭힌 고추장아찌부터 묵은지, 우엉조림, 산나물까지, 무농약으로 재배하거나 산에서 갓 따온 지역의 신선한 식재료에 손맛을 더한 갖가지 반찬이다. 갓 지어 윤기가 흐르는 솥밥과 고기를 구운 무쇠 불판에 팔팔 끓여 먹는 된장찌개는 또 다른 별미. 직접 담근 된장의 구수한 맛과 자연에서 온 식재료의 감칠맛이 일품이다. 예약은 필수다.
주소 제천시 의병대로12길 15

7. 제천맥주

2023년, 수려한 자연을 품은 제천에 맥주 양조장이 들어섰다. 지방 정부에서 운영하는 양조 지원 사업 덕분이다. 평택에서 맥주를 빚던 임무경 대표는 이 기회를 발판 삼아 ‘제천맥주’라는 새로운 이름을 내걸고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어린 시절, 미군부대에서 일했던 아버지가 동료들과 나누던 빨간 라벨의 맥주는 임 대표에게 사람을 잇는 매개체로 남았고, 그 기억은 오늘날 양조장의 든든한 뿌리가 되었다. 깔끔하고 가벼운 필스너 스타일의 시그너처 ‘제천맥주’부터 지역 특산물 약초를 넣은 ‘황기맥주’, 트로피컬 홉 향이 도드라진 페일 에일 ‘캠프에일’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제천맥주는 제천 수제맥주&달빛야시장 축제에 참여할 계획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제 맥주와 로컬 먹거리를 만날 수 있는 자리로, 지역 브루어리들이 참여해 맥주 한 잔의 낭만을 전해줄 예정이다. 양조장이자 펍이 자리한 중앙시장 내 매장은 잠시 문을 닫으니, 방문 시 참고할 것.
인스타그램 jecheon_beer

8. 우주산책

나지막한 집들이 이어지는 제천의 원도심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우주산책’이라고 적힌 팻말을 발견하게 된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만든 우주산책은 광고 카피라이터이자 북 디자이너 출신의 김기연 작가가 운영하는 작업실 겸 문화 공간으로, 각자 낯선 모습을 만난다는 슬로건 아래 탄생했다. 책과 커피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북 카페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에게는 LP 바가, 와인을 즐기는 이에게는 와인 바가 된다. 2022년, 김기연 작가는 서울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 이 공간을 완성했다. 지인들만 초대해 아지트처럼 사용하던 곳을 모두가 찾을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확장한 것이다. 우주산책에서는 연주회, 시음회는 물론 점성학에 능한 김 작가의 점성술 풀이까지 취향과 호기심을 채워주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누군가의 한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주인장의 취향이 듬뿍 담긴 가구와 작은 소품 하나하나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오래도록 각자의 추억을 품은 안식처가 되길 바라는 김 작가의 마음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 woojoosanchaek

9. 무형태

살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중요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연필 가게 무형태는 2022년, 그 무형적 가치를 담기 위해 탄생한 공간이다. 인류의 삶에 오래 함께해온 익숙한 도구인 연필은 이곳의 중심을 이루는 매개체다. 기획자 출신의 여수진 대표는 연필 한 자루로 매번 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무형태에서는 내 손에 꼭 맞는 연필을 고르고 깎고, 때로는 향을 맡고,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사용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 선반에는 다양한 종류의 연필과 연필깎이, 지우개 같은 필기구로 채워져 있는데, 오랫동안 사용하기 좋은 것들로 엄선했다. 물건 자체보다 실제로 사용해보는 경험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픈 당시 형태가 없기 때문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곳이었지만, 여러 사람의 소중한 시간이 쌓여 각자만의 형태가 생겨나고 있어요.” 여수진 대표는 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의 여운을 좀 더 오래 간직하고 싶을 때 이곳에 찾아오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스타그램 ___noform

10. 티카페차센

지난해 말차가 인기를 끌면서 다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차선(茶筅)은 말차 가루를 물에 풀어 고운 거품을 낼 때 사용하는 대나무 도구로, 말차의 맛과 풍미를 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아버지와 차선을 만들던 허원영 대표가 찻집 운영을 목표로 삼은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 말차 열풍이 불기 전인 2020년, 티카페차센은 이러한 아들의 결심으로 탄생했다. 높은 층고를 자랑하는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국내외 작가들이 만든 다구들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카운터 뒤 벽면 전체는 부자(父子)가 만든 차선으로 가득하다. 제천비행장 위에 심은 너른 라벤더 꽃밭이 펼쳐진 창가로 고개를 돌리면, 워크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공간 한편에는 예약제로 운영하는 티코스 전용 바 테이블이 있는데, 최대 4인이 한 시간 동안 오롯이 차에 집중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시그너처 메뉴는 단연 진한 풀 내음에 은은한 단맛과 쌉싸름한 쓴맛이 감도는 말차. 말차 빙수, 말차 아포가토, 말차 블랑 등 다채롭고 창의적인 말차 음료의 향연도 놓치지 말자.
인스타그램 teacafe_chasen

LIST

상영관 주변 맛집 리스트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홍보팀이 추천하는 맛집과 카페.

월성집
새콤한 오징어무침과 고소한 오징어전 등을 주메뉴로 하는 오징어 요리 전문점. 1980년대 경주시 월성에서 온 창업주가 운영하던 방식 그대로 이어받아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지켜온 손맛은 지역의 맛집이 된 비결이다. 오징어무침은 쫄깃한 오징어와 아삭한 무채의 조화가 재미있는 식감을 만들어내며, 오징어전은 오징어를 잘게 다져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다.
주소 제천시 숭문로10길 15

제천원조빨간오뎅보금자리
‘빨간 오뎅’은 제천 내 시장 노점의 별미다. 1980년대부터 시민들의 일상에 함께해온 빨간 오뎅은 2005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첫 막을 올리고 난 후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모두 원조라는 간판을 달고 있기 때문에 어디가 시초인지 알 순 없지만, 제천문화극장 건너편에 자리한 이곳은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하는 덕분에 늦은 시간 영화가 끝나면 야식 먹기 제격인 장소다.
주소 제천시 의병대로18길 2

카페 리안
2층짜리 오래된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카페로, 단정하고 고즈넉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제천의 자연을 모티프로 만든 시그너처 숲속 샌드부터 쑥팥 쿠키, 맛있구마 쿠키 등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수제 쿠키를 맛볼 수 있다.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잠시 숨을 고르며 다음 영화를 기다리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인스타그램 cafe__rian

녹초
커피와 음료, 칵테일과 와인 그리고 토스트와 나초 같은 핑거푸드를 즐길 수 있는 공간. 전자음악 공연이나 미술 전시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무대가 펼쳐지는 문화의 장이기도 하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입구 맞은편의 아늑한 뒤쪽 정원. 주인장이 직접 벽을 세우고 나무를 심어 가꾼 정원은 공간의 깊이를 더한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나온 폐목재로 직접 가구를 디자인한 센스도 남다르다. 영화제 기간 동안 음악회를 열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다.
인스타그램 noc.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