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변의 예술, 황푸강과 쑤저우 크리크 - 헤이트래블 - hey!Travel


  • written by LEE JIHYE
  • PHOTOGRAPHY BY KIM EUNJU

수변의 예술, 황푸강과 쑤저우 크리크

Art Along the Water: Huangpu River and Suzhou Creek

거대한 황푸강과, 강이 낳은 재생의 수변, 쑤저우 크리크를 따라 걸었다. 하늘을 향해 솟은 마천루와 100년 전의 석조 건물이 기묘한 대비를 이루는 길 곳곳에서 상하이가 지닌 예술적 감각을 마주했다.
  • written by LEE JIHYE
  • PHOTOGRAPHY BY KIM EUNJU
2026년 04월 30일

택시가 상하이 우정 박물관의 육중한 석조 건물 앞에서 멈췄다. 전날 오후, 마감 시간을 잘못 알아 허탕을 치는 바람에 두 번째 방문이다. “덕분에 이 멋진 건물을 두 번이나 보네요.” 포토그래퍼의 말에 분주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쑤저우 크리크(苏州河, Suzhou Creek)를 마주하고 장엄하게 서 있는 이 건물은 1924년에 완공된 옛 상하이 우정국 청사. 당시 상하이에서 가장 현대적이었던 건물 중 하나로, 오늘날까지도 그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바로크와 고전주의가 만난 화려한 외관과 과거 ‘극동 제일의 대청(大廳)’이라 불렸던 내부는 높은 층고에다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장식해 거대한 유럽의 기차역이 연상됐다.
쑤저우 크리크의 물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코끝을 스치는 물비린내와 강변을 따라 늘어선 낡은 난간이 이곳이 오랫동안 도시의 뒷물길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한때는 수많은 물자가 오가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을 이 수변 도로는 이제 상하이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트렌디한 변화가 일어나는 산책로가 됐다. 강 건너로 고개를 돌리면 낡은 저층 주거지 사이로 세련된 카페와 갤러리들이 고개를 내민다. 세월의 때가 탄 외벽은 그대로 둔 채 내부를 세련된 취향으로 채워 넣은 공간이 즐비하다.
그 정점에 서 있는 곳이 바로 포토그라피스카 상하이(Fotografiska Shanghai)다. 스톡홀름에서 온 사진 미술관으로, 빛과 어둠을 절묘하게 이용해 낡은 창고를 현대적인 예술의 성전으로 탈바꿈시켰다. 층마다 펼쳐지는 감각적인 전시는 쑤저우 크리크의 고즈넉한 풍경과 대비되며 예술적 감흥을 선사한다. 발길을 조금 더 옮겨 상하이 예술의 발원지라 불리는 M50 창의공원으로 향했다. 과거 방직 공장이었던 곳이 상하이에서 가장 뜨거운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된 장소다. 좁은 골목마다 빽빽하게 들어선 갤러리와 스튜디오, 담벼락엔 화려한 그라피티가 채워져 있다. 낡은 공장 굴뚝과 녹슨 철문 사이로 신진 작가들의 파격적인 작품들이 얼굴을 내미는 광경을 마주할 수 있다.
쑤저우 크리크의 좁은 시야를 벗어나 황푸강(黄浦江)과 맞닿는 지점에 다다르니, 풍경이 비약적으로 넓어진다. 북와이탄(北外灘)의 완만한 곡선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 비로소 상하이의 입체적인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왼편으로는 구름 사이로 창백하게 빛나는 푸둥의 마천루들이 미래 도시의 위용을 과시하고, 오른편으로는 수십 년 전에 시간이 멈춘 듯한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묵직한 존재감을 드리운다. 한 앵글 안에 담기기 힘든 100년의 시차가 물길 위에서 기묘한 대칭을 이루며 공존하는 장면은 오직 북와이탄 길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상하이의 상징인 동방명주(東方明珠)가 분홍빛 구슬을 꿰어놓은 듯 신비로운 외관으로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는다. 그 뒤로 이른바 ‘상하이 3대 마천루’라 불리는 진마오 타워와 상하이 세계금융센터, 상하이 타워가 서 있다. 거대한 도시 한가운데로 황푸강의 물결이 유유히 흐르는 광경은 파노라마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왼편 푸둥의 미래주의적 풍경과 오른편 와이탄의 고전적인 석조 건물이 교차하는 이 지점에서, 나는 상하이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동력과 낭만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었다.
산책의 종착지인 푸둥 미술관은 물길이 빚어낸 예술적 여정의 정점이다.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설계한 이 거대한 예술관은 강변의 풍경과 어우러져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거대한 통유리창 너머로 흐르는 황푸강의 물결과 건너편 와이탄의 실루엣은 내부의 정교한 큐레이션과 만나 상하이 예술의 자부심이 되었다.
쑤저우 크리크의 낮은 수평선에서 시작된 여정이 황푸강의 중심에서 끝났다. 과거의 거친 산업 현장을 예술의 흐름으로 치환해낸 상하이의 능력은 능수능란하면서도 우아했다. 단순히 낡은 건물을 고쳐 쓰는 것을 넘어, 그 장소가 지닌 역사적 맥락 위에 예술을 쌓아 올리는 힘. 황푸강의 화려한 야경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물길을 따라 묵묵히 흐르는 이 끈질긴 재생의 서사였다.


예술적 여행자를 위한 황푸강과 쑤저우 크리크의 스폿

황푸강과 쑤저우 크리크 변엔 다양한 공간이 자리 잡았다. 예술적 영감을 얻고 싶다면 주목해야 할 12개의 스폿.

M50 창의공원 (M50 Creative Park)
과거 방직 공장이었던 단지를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갤러리로 재탄생시킨 상하이의 대표적인 예술 지구다. 2000년, 유명 작가 쒜쑹(薛松)이 거친 질감의 공장 벽면과 높은 층고에 매료되어 스튜디오를 연 것을 계기로 정이(鄭義), 취펑궈(曲豐國), 왕톈더(王天德) 등 거장들이 합류하며 거대한 예술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원래는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될 운명이었으나, 예술가들의 보존 노력과 공간이 지닌 역사적 가치가 인정받으면서 2005년 상하이 최초의 ‘창조산업공원’으로 공식 지정됐다. 현재는 신진 작가부터 중견 작가까지 폭넓은 현대 미술 작품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들이 밀집해 있다.
주소 50 Moganshan Road, Putuo District
관람시간 10:00~18:00(갤러리마다 상이함)

예원 (Yuyuan)
상하이의 400년 전 과거와 지금의 화려함이 공존하는 곳. 명나라 관료 판윈단(潘允端)이 부모의 노후를 위해 조성했는데, 지금은 전 세계 브랜드와 인플루언서들이 모여드는 관광지가 됐다. 지붕 끝이 하늘을 향해 날카롭게 솟구친 건물의 우아한 곡선이나 담장 위 용의 비늘처럼 꾸민 장식이 건축의 백미다. 상가를 지나 정원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분위기가 바뀐다. 기이한 수석과 정교한 정자가 어우러진 내원은 바깥의 소란을 잠재우며 산책하기 좋다.
주소 279 Yuyuan Old Street, Huangpu District
영업시간 08:00~16:30(점포마다 상이함)

상하이 우정 박물관 (Shanghai Postal Museum)
쑤저우 크리크의 물길이 황푸강으로 잦아드는 길목, 북와이탄 초입에 자리한 이곳은 1924년 완공된 옛 상하이 우정국 청사를 활용한 박물관이다. 영국계 설계 사무소 ‘스튜어드슨 앤 스펜스’가 빚어낸 이 건축물의 백미는 옥상의 종탑. 고전주의 양식에 바로크풍의 화려함을 입혀 멀리서도 눈에 띈다. 축구장만큼 넓은 내부는 코린트식 기둥과 화려한 대리석 장식으로 꾸며 웅장함을 자아낸다. 전시실에는 당나라 시대의 파발부터 중국 최초의 공식 우표인 ‘대룡포’, 그리고 세계 최초의 우표인 ‘페니 블랙’에 이르기까지 진귀한 유물이 가득하다.
주소 250 Tiantong Road, Hongkou District
관람시간 09:00~17:00

푸둥 미술관 (Museum of Art Pudong)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미술관으로, 동방명주 바로 옆 황푸강 변에 위치한다. 백색 화강암으로 마감한 미니멀한 외관에는 와이탄의 전경을 거대한 액자처럼 담아내는 두 개의 대형 유리창 ‘미러 스크린’이 자리한다. 푸둥 미술관은 영국의 테이트 모던 등 세계적인 미술관과 협업해 수준 높은 기획 전시를 선보인다. 강 건너 고전 건축물과 푸둥의 마천루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데, 박물관 내 3층에 동방명주와 함께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폿이 있어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주소 2771 Binjiang Avenue, Pudong New Area
관람시간 10:00~21:00

멍칭 공원 (MengQing Park)
톈안첸수(天安千樹)의 독특한 외관을 감상하며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멍칭 공원으로 들어선다. 이곳은 쑤저우 크리크의 수질 개선 사업과 생태 복원을 기념해 2004년 조성된 환경 테마 공원이다. 1911년 세워진 옛 상하이 맥주 공장 부지를 재생했다. 당시 공장 건물은 현재 도시 물길의 100년 역사를 담은 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장이 있던 시절의 육중한 기계 장치와 굴뚝이 지금의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상하이 산업 유산이 어떻게 시민들의 휴식처로 복원되었는지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소다.
주소 130 Yichang Road, Putuo District

포토그라피스카 상하이 (Fotografiska Shanghai)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작된 사진 미술관의 상하이 지점이다. 7월 19일까지 20세기 사진사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비비언 마이어(Vivian Maier)의 전시가 개최 중인데, 중국 내 최초로 그녀의 방대한 작품 세계를 온전히 선보이는 회고전 성격의 전시라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같은 기간 이미지와 공간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가 황페이산(黄佩珊)의 전시도 함께 진행된다. 1층의 편집숍에선 전 세계 작가들의 사진집과 포토그라피스카 전용 굿즈를 만날 수 있다. 밤 11시 30분까지 운영해 늦은 시간에도 즐기기 좋다.
주소 No. 127, Guangfu Road, Jing’an District
관람시간 10:30~23:30

둬인 서원 (Duoyun Books)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 중 하나인 상하이 타워 52층에 위치한 ‘구름 위의 서점’이다. 건축가 위팅(余霆)이 설계한 이곳은 흰색 유선형 서가들이 구름처럼 겹쳐진 환상적인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방대한 장서와 함께 와이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창가 좌석은 예약제로 운영될 만큼 인기가 높다. 세계적인 서평지 <런던 리뷰 오브 북스(London Review of Books)>와 협업한 전용 코너가 있어 최신 큐레이션된 영어 서적도 찾아볼 수 있다.
주소 52F, Shanghai Tower, 501 Yincheng Middle Road, Pudong
영업시간 10:00~20:00

지엔이셩 헤드스파 (Jianyisheng Head Spa)
전문적인 두피 케어와 마사지를 결합한 프리미엄 테라피 공간이다.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정교한 서비스 매뉴얼을 바탕으로, 상하이의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서 ‘도심 속 휴식’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세밀한 두피 진단부터 시작해 천연 오일을 활용한 마사지, 마무리 스타일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프라이빗하게 진행된다.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고 상하이식 웰니스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다.
주소 Room 403, No. 162 Weifang Road, Pudong New Area
영업시간 10:30~21:00(사전 예약 필수)

톈안첸수 (1000 Trees)
영국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디자인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황산(黃山)의 지형을 모티프로 삼았다. 건물 외벽에 노출된 1000여 개의 기둥 위에 실제로 나무를 심어놓은 독특한 구조 덕분에 ‘현대판 공중 정원’이라 불린다. 쑤저우 크리크의 산업적 풍경 속에서 거대한 인공 산맥처럼 솟아오른 이 건물은 단순한 쇼핑몰을 넘어 건축과 자연, 그리고 도시 재생이 결합된 상하이의 새로운 시각적 랜드마크로 평가 받는다.
주소 600 Moganshan Road, Putuo District
영업시간 10:00~22:00

믹스시 몰 (The Mixc Mall)
쑤저우 크리크의 수변을 따라 조성된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이다. 과거 상하이의 전통 주거 양식인 ‘시쿠먼’ 건축물의 소재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그 아래로 현대적인 지하 쇼핑몰을 입체적으로 연결했다. 탁 트인 지상 공원에는 거대한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으며, 세련된 라이프스타일 숍과 미식 공간이 가득해 상하이 젊은 층의 새로운 아지트로 떠올랐다. 톈퉁루역 5번 출구와 무척 가까운 데다 넓고 쾌적해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다.
주소 100 Fujian North Road, Jing’an District
영업시간 10:00~22:00(점포마다 상이함)

북와이탄 공원 (North Bund Green Land)
황푸강 북쪽 연안에 위치한 수변 공원. 와이탄의 고전적인 스카이라인과 푸둥의 미래적인 마천루를 가장 입체적인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과거 부두와 창고가 밀집했던 산업 지대를 녹지와 산책로로 정비했으며, 공원 내 위치한 물방울 형태의 은색 조형물은 푸둥의 건물을 거울처럼 반사하며 독특한 프레임을 만들어낸다. 중심가의 인파를 벗어나 상하이의 개방감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현지인들의 휴식처이기도 하다.
주소 Dongdaming Road, Hongkou District

싼리양춘 (San Lian Chun)
상하이 로컬 미식의 정수인 성젠바오(生煎包, 군만두)를 전문으로 하는 노포 스타일의 맛집이다. 무쇠솥에서 바닥은 과자처럼 바삭하게 굽고 윗부분은 촉촉하게 쪄낸 육즙 가득한 만두를 선보인다. 세련된 공간은 아니지만, 갓 구워낸 만두의 거친 질감과 진한 풍미 덕분에 현지인과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산책 후 가볍게 허기를 채우기 좋은 상하이식 ‘소울 푸드’ 가게다.
주소 601 Ruijin 2nd Road, Huangpu District
영업시간 07:00~14:00, 16:30~20:00(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